안녕하세요.
햇살이 입양 후, 9일 간의 소식을 정리해서 전합니다.

새 식구를 맞이하는 기분으로 새 이름을 지어주면 어떨까? 고민도 했지만,
보호소에서 지어준 '햇살' 이름이 귀엽고, 잘 어울려서 유지하기로 했어요.

입양 당일 건강검진, 예방접종 등 진료를 위해 병원에 가려 했지만,
병원 측에서 전염병 잠복기간(약 2주) 관찰과 입양 후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을 위해서라도
2주 후 내원을 권유하셔서 이번 주말을 계획하고 있어요.
결막염이 있어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있었던 건지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.

입양 후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으로 대/소변에 어려움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,
고맙게도 소변은 입양 당일부터, 대변은 입양 다음 날부터 해주었습니다.
하루 이틀 동안에는 약간의 변비가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, 현재는 비교적 정상 변을 보고 있어요.
대/소변 양은 조금인데, 모래를 여러 곳에서 야무지게 끌어와 덮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습니다.

식사는 잘 하고 있는데, 물은 어쩔 수가 없는지 잘 안먹네요.
가끔 물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, 뭔가 열심히 먹고 있다.. 고 티를 내는거 같은데,
이전과 물 양을 비교해보면 거의 줄지 않았어요.
물을 잘(많이) 먹을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.

햇살이는 잠이 많아요. 
아니, 이렇게까지 잠을 잘 수가 있나? 아픈건가? 싶어서 찾아보니,
성묘 기준 14시간 이상 잔다고 해서 안심을 하긴 했는데, 출근해서 홈캠으로 햇살이를 지켜보면
자리를 잡은 곳에서 최소한의 꼼지락거림을 제외하고, 제가 퇴근 할 때까지 가만히 잠만 자요.
퇴근 후에 제가 보이면 그제서야 기지개를 켜고, 내려와서 "앙! 앙!" 거립니다.
뭔가 기운 넘치게 소리치는 건 아니고, 자다깨서 기력없는 모습과 잠긴 목소리로
그 작은 목 내부의 가녀린 성대에서 간신히 떨림이 전해지는 정도 입니다.
기력이 없는 걸 제외하면 건강 상에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, 그냥 잠이 좀 많은 것 같습니다.

인간과 함께 있는 경우에는 가까이 와서 몸을 비비기도 하고,
인간의 주관적 판단이 포함된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, 햇살이는 너무 순하고 귀엽습니다.
하지만, 매일 저녁 사냥놀이를 할 때
자신에게는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사나운 맹수의 피가 흐른다는 걸 증명하려는듯,
눈은 먹잇감(장난감)을 향해 집중하고, 궁둥이를 좌우로 흔들며 무섭게 달려드는 반전 모습이 있어요.

초보 집사라 햇살이가 많이 불편하고 피곤할텐데,
저를 이해하고 새로운 환경에 비교적 잘 적응해주고 있습니다.
9일 간의 근황은 여기까지고,
뭔가 두서없이 작성을 했습니다만, 결론은..
'고양이 입양하길 잘했고, 그게 햇살이라서 다행이다.' 입니다.

또 소식 전하겠습니다. 감사합니다.